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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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2016.11.10 07:34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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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사랑
                                

                                                                               홍인숙(Grace)



첫사랑은 참 아름다운 것이다.
아무리 긴 세월에도 그 빛을 바래지 않고 가슴 깊은 곳에 숨어 있다가 어느 순간 콧등을 찡하게 만들기도 하고, 숨막히는 그리움으로 가슴을 태우게 하기도 한다.
시공을 초월하여, 어디에선가 갑자기 만나질 것 만 같아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하기도 하고, 노년에도 그리움의 시절로 달려가 소녀 같은 설레임을 갖게 하기도 한다.

누구나 가슴 저 만치에 아름다운 첫사랑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남편과 나는 살면서 사소한 감정 싸움을 가끔 하게 된다. 젊었을 땐 그런 대로 잘 넘긴 것 같으나 나이가 들면서 서로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하여서일까, 오해도 잘하고 작은 일에 자기 주장을 고집하게 된다.
긴 세월 같이 살면서 나이가 들수록 아내에게 슬쩍 져 주는 멋도 없이 가끔씩 자기 고집을 부리는 남편을 보면 그 옹졸함이 실망스러워 말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며칠 그런 감정으로 지내다 보면 슬며시 그 옛날, 둘이 만나 열심히 사랑하고 그리워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지금은 외모며 성격까지 영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데 분명 그는 한때 내가 지독히도 사랑했던 바로 그 사람이다.
이쯤 되면 나도 모르게 슬금슬금 옛날로 돌아가 하나, 둘 추억을 더듬게 되고 잔뜩 서운해 있던 감정은 스르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사랑이란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도 조건없이 용서할 수 있는 불가사의한 힘을 가진 것인가 보다.

우리의 생활에도 굴곡이 있듯이 신앙생활에도 영적 침체기가 있는 것 같다.
습관적으로 대예배나 겨우 참석하고, 성경 보는 일에도, 봉사하는 일에도, 사람들 만나는 일에도 시들시들 해 질 때가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도 신앙생활을 하면서 분명 어느 한순간 뜨거웠던 때가 있었다.
뜨거운 마음으로 예수님을 영접하고, 밤새워 성경을 읽고, 열심히 찬송을 부르며 예수, 그 분을 사모하는 마음으로 펑펑 눈물을 쏟았던 때가 분명 있다.
여러가지 기도 제목을 놓고 금식까지 해가며 매달린 때도 있었고, 풀 수 없는 인생의 열쇠를 찾으려고 수없이 설교 테이프를 듣던 적도 있다.
그 뿐인가. 성전에 들어서면 가슴이 벅차 오르고, 매주 만나는 교우들이 보고 싶어 주일날만을 손꼽아 기다린 때도 있었는데 그만, 세상일에 빠져 잠시 그 첫사랑을 잊고 있을 뿐이다.

더 늦기 전에, 이제부터라도 자신의 신앙상태를 점검하고 나태해진 모습을 발견하면 잊고 있었던 그 소중한 순간들을 찾아내어 다시 그분께 뜨거운 가슴을 열어 드려야 되겠다고 생각해 본다.

- 저가 사모하는 영혼을 만족케 하시며 주린 영혼에게 좋은 것을 채워 주심이라 (시편 107:4-9)-


                 (1999년 크리스챤 타임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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