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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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에세이
2005.03.16 15:53

존재함에 아름다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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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함에 아름다움이여



         홍인숙(그레이스)




적막한 밤이어도
나쁜 꿈에서 깨어나
만나는 어둠은
얼마나 반가운가

현실과 꿈의 거리를
더듬던 암흑에서
한 줄기 불 밝히고
나를 찾은 밤

생과 사의 폭이
지척임을 알게 해 준
한밤중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온 세상이 아름다운

감사함이여




한 때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처럼 금방이라도 지구의 종말이 오는 줄 알았다.
많은 종교학자들이 외치는 말세론에 대해서도 초등학교 때부터 들어왔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다.
내가 죽는다면..
내일이라도 내가 이 지구상에서 감쪽같이 사라진다면 어찌하나..
태양은 변함없이 떠오르고 내가 아는 사람들은 모두 남아있는 아름다운 세상에서
나만 영영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사라져 버린다면 어찌하나..
가슴을 저며오는 아픔을 느끼며 수많은 밤을 두려움으로 보냈다.

그 때의 생명에 대한 집착이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때론 죽고 싶다는 생각에
잠시 잠깐씩 머물기도 하였으니 돌아보면 나의 삶이 언제나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었나보다.

이제는 치열했던 삶의 욕구나 자아와의 행복과 불행에 대한 갈등 없이
어느 정도 삶에 대해 관조할 줄 아는 나이가 되었다.
적지 않게 살아온 세월에서 허무하게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보며
어릴 때 막연했던 생의 집착과는 차원이 다른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되었다.

두려운 것은 마구잡이로 달려오는 세월이나, 육신을 죽음으로 이끄는 병이 아니라,
몸보다 먼저 세월을 향해 줄달음치는 나약한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욕망을 버리고 단순히 내가 살아있음에 행복해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또 하루 주어진 삶에 감사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날 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정신적 풍요를 느낄 때
좋은 음악, 좋은 글, 좋은 그림이 내 영혼에 자양분으로 촉촉이 젖어들 때,
내 비록 나이 들어 초라한 모습이어도 드넓은 세상에서
이 순간을 건강한 호흡으로 안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큰 욕심없이 내게 주어지는 순간들을 모두 사랑하리라.
주어진 순간 순간마다 순응하며, 나의 자리를 잘 지키고 있을 때
비로소 나의 생에 최선을 다 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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