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73
어제:
73
전체:
462,011


시와 에세이
2003.03.03 14:14

사랑한다는 것으로

조회 수 937 추천 수 9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사랑한다는 것으로 / 홍인숙(Grace)



"미세스 홍, 된장찌개 끓여 놨으니까 빨리 오세요." 미세스 오의 전화다.
소박한 상차림이 정겹고, 진솔한 일상의 이야기가 봄볕처럼 따스한, 서로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도 부끄럽지 않은 친구. 십여 년이 넘도록 한 번도 겉으로 우정을 드러낸 적은 없지만, 그저 항상 곁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사랑을 느끼게 하는 친구이다.

편안하다는 것, 이 것만큼이나 더 확실한 사랑의 확인이 또 있을까. 사랑에 집착하지 않고, 소유하려 애쓰지 않고, 그저 내 안으로 소중히 끌어안고 자연스레 상대방을 배려하며 가까이 있어 주다보면 그것이 바로 사랑인 것을. 애써 드러내어 말하지 않아도 정다운 눈빛 하나로 가슴 깊은 곳까지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사랑인 것을. 난 가끔 이 쉬운 사랑의 개념조차 잊고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늘어나는 잔주름이 마치 남편의 탓인 양 투정부리고, 별 탈 없이 잘 자라는 아이들에게도 쉴새 없이 잔소리를 해 대며 꼭 끝머리에는 이 엄마의 지고한 사랑 때문이라고 덧붙이곤 한다. 바로 사랑이라는 미명으로, 그들에게 십자가를 지우고 횡포를 부리는 것이다.

이제는 너그러워지리라. 나의 사랑 안에서 그 누구라도 평안을 누릴 수 있다면 그 것이야말로 내가 진정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이리라. 가족에게는 물론, 끊임없이 만나지는 사람들과도, 그 만남을 항상 첫 만남처럼 신선하고 소중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좀 더 수준 높은 사랑의 감각을 가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본다.

친구가 맛있게 끓여 놓은 찌개가 식기 전에 남편과 함께 떠나는 차 속에서, 평소 좋아하는 서정윤 시인의 시 구절을 떠올린다.



사랑한다는 것으로  / 서정윤


사랑하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꺾어
너희 곁에 두려하지 말고
가슴에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어
종일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갈
힘을 줄 수 있어야 하리라.



?

  1. ★ 홍인숙(Grace)의 인사 ★

    Date2004.08.20 By그레이스 Views1645
    read more
  2. In Loving Memory of John Ildo Righetti

    Date2016.11.10 Category수필 By홍인숙(Grace) Views31
    Read More
  3. 자유로움을 위하여

    Date2016.11.07 Category수필 By홍인숙(Grace) Views41
    Read More
  4. 마르지 않는 낙엽

    Date2016.11.10 Category수필 By홍인숙(Grace) Views44
    Read More
  5. 또 다시 창 앞에서

    Date2016.11.07 Category수필 By홍인숙(Grace) Views49
    Read More
  6. <중앙일보> 제1회 이민문학상' 우수상 수상

    Date2016.11.01 Category시인 세계 By홍인숙(Grace) Views51
    Read More
  7. 슬픔대신 희망으로

    Date2016.11.07 Category수필 By홍인숙(Grace) Views51
    Read More
  8. 창을 열며

    Date2016.11.07 Category수필 By홍인숙(Grace) Views52
    Read More
  9. 나눔의 미학

    Date2016.11.07 Category수필 By홍인숙(Grace) Views57
    Read More
  10. 감사 일기

    Date2016.11.07 Category수필 By홍인숙(Grace) Views57
    Read More
  11. <중앙일보> 홍인숙 시인 ‘행복한 울림’ 출간

    Date2016.11.01 Category시인 세계 By홍인숙(Grace) Views59
    Read More
  12. 비상을 꿈꾸다

    Date2016.11.01 Category By홍인숙(Grace) Views64
    Read More
  13. 감사와 기쁨

    Date2016.11.07 Category수필 By홍인숙(Grace) Views65
    Read More
  14. 아버지의 훈장(勳章)

    Date2016.11.07 Category수필 By홍인숙(Grace) Views67
    Read More
  15. 쟈스민

    Date2016.11.07 Category수필 By홍인숙(Grace) Views68
    Read More
  16. 가로등

    Date2016.11.02 Category By홍인숙(Grace) Views70
    Read More
  17. 두 시인의 모습

    Date2016.11.07 Category수필 By홍인숙(Grace) Views70
    Read More
  18. 반 고흐의 해바라기

    Date2016.11.02 Category By홍인숙(Grace) Views71
    Read More
  19. 사월이면 그리워지는 친구

    Date2016.11.07 Category수필 By홍인숙(Grace) Views72
    Read More
  20. 최선의 선택

    Date2016.11.10 Category수필 By홍인숙(Grace) Views73
    Read More
  21. 가끔은 우울하다. 그리고 외롭다

    Date2016.11.02 Category By홍인숙(Grace) Views7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