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가 그리워지는 날 홍인숙(Grace) 바다는 막 피어오르는 노을을 안고 있었다 넘실대는 파도 흰 거품 사이사이 요란한 민들레꽃 함성이 울려왔다 이 땅에 민들레가 모두 하늘로 올라가, 올라가 만발하다 때가 되어 일제히 꽃잎을 내린다면 바람결에 춤추듯 꽃씨를 흩뿌린다면 꽃씨들이 흰눈가루로 내려온다면 음악으로 내려온다면 밤하늘에 별처럼 쏟아진다면 쏟아지다, 쏟아지다 일제히 거대한 화폭 속으로 숨어버린다면 노을을 담기 위해 바다로 떠난 날 온몸 가득 민들레 꽃씨들이 별처럼 묻어왔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