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5
어제:
27
전체:
459,591


시와 에세이
2003.03.03 14:01

봉선화와 아버지

조회 수 713 추천 수 10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봉선화와 아버지 / 홍인숙(Grace)



봉선화


                 홍인숙(Grace)



해 아래 스쳐간
네 그림자에서
저녁내 붉은 그리움이
뚝뚝 떨어진다

낯선 곳에 기대어
당당한 어여쁨이라도
하필 왜 이곳이더냐

고국바라기 늙으신
내 아버지 길목에서
또 얼마나
애달픈 그리움 피우려고.


* * *

팔순이 넘으신 아버지가 홀로 사시는 노인 아파트 길목에서
정말 뜻하지 않게 봉선화를 보았습니다.
타국에서 본 봉선화는 어릴 때 집 뜰에 피었던 봉선화보다
훨씬 더 붉은 꽃물을 뚝뚝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혼자 계시는 아버지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시렸는데
아버지의 눈에 비추어질 봉선화를 보니 겁이 덜컥 났습니다.

며칠 전에는 아버지께서 친구 노인분과 비교하시면서
'나는 아직도 참 젊다!'시며 행복해 하셨습니다.
연세 83세이신데 그 젊음을 감사해하시는 마음에
잠시 저까지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뺨에서 피어오르는 검버섯과
자꾸만 작아지는 키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 한쪽에서 추적추적 빗소리가 들립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도 50세 정도에서 노화를 멈추고 살다
그 모습 그대로 세상을 떠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꽃잎하나 흘리지 않고 화려하게 가지를 지키다
때가되면 미련 없이 송두리째 제 몸을 던지는 동백꽃처럼
그렇게 흐트러짐 없이 살다 갈 수는 없는 것일까요.

봉선화를 보시며 먼저 떠난 아내와 고국을 그리실 아버지를 생각하면
이 아침 따뜻한 햇살에도 마음이 아파 옵니다.

2002. 8. 2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629
329 수필 In Loving Memory of John Ildo Righetti 홍인숙(Grace) 2016.11.10 31
328 수필 자유로움을 위하여 홍인숙(Grace) 2016.11.07 40
327 수필 마르지 않는 낙엽 1 홍인숙(Grace) 2016.11.10 42
326 수필 슬픔대신 희망으로 홍인숙(Grace) 2016.11.07 46
325 수필 또 다시 창 앞에서 홍인숙(Grace) 2016.11.07 47
324 시인 세계 <중앙일보> 제1회 이민문학상' 우수상 수상 홍인숙(Grace) 2016.11.01 51
323 수필 창을 열며 홍인숙(Grace) 2016.11.07 51
322 수필 나눔의 미학 홍인숙(Grace) 2016.11.07 55
321 수필 감사 일기 홍인숙(Grace) 2016.11.07 57
320 시인 세계 <중앙일보> 홍인숙 시인 ‘행복한 울림’ 출간 홍인숙(Grace) 2016.11.01 59
319 비상을 꿈꾸다 홍인숙(Grace) 2016.11.01 63
318 수필 감사와 기쁨 홍인숙(Grace) 2016.11.07 65
317 수필 아버지의 훈장(勳章) 홍인숙(Grace) 2016.11.07 67
316 수필 쟈스민 홍인숙(Grace) 2016.11.07 68
315 반 고흐의 해바라기 홍인숙(Grace) 2016.11.02 69
314 수필 사월이면 그리워지는 친구 홍인숙(Grace) 2016.11.07 69
313 가로등 홍인숙(Grace) 2016.11.02 70
312 수필 두 시인의 모습 홍인숙(Grace) 2016.11.07 70
311 수필 최선의 선택 1 홍인숙(Grace) 2016.11.10 72
310 가끔은 우울하다. 그리고 외롭다 홍인숙(Grace) 2016.11.02 7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