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신문보다 종이 신문을 나는 선호한다. 나일론과 면의 차이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한 손에 따끈한 빵이나 커피 한잔 들고 다른 손으로 오늘의 신문을 펼칠 때 나는 작은 행복감에 젖는다. 미주판, 본국판, 경제, 부동산, 교육 등등. 어떤 면은 꼼꼼히 어떤 면은 건성으로 읽어 나간다. 그런데 '스포츠연예'에 와서는 스포츠는 훌쩍 건너뛰고 연예면으로 넘어간다.
역동적인 모습의 운동 소식보다 감성을 자극하는 연예계 소식에 흥미를 느낀다. 요즘 뜨고 있는 영화나 드라마의 스토리를 읽거나 생동감 넘치는 아이돌 세대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한 연예인을 집중 조명하는 인터뷰 기사를 읽을 때 내 마음의 자세가 반듯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어떤 분야에서 일을 굉장히 잘해도 정서적으로 인성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요. 사람이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기 일만 하다가 놓치는 부분이 있는 거죠." 30년 넘게 정상을 유지하고 있는 배우 김혜수의 포용력 가득한 음성을 듣는다.
"무대 인사에 가서 10대다 싶은 분들을 봤어요. 우리 배우들한테 막 '오빠!' 이러는데 돌고래 소리를 내더라고요. 이 친구들을 생각하고 영화를 만들고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악마 감독으로 알려진 '곡성'의 나홍진의 목소리가 참으로 유쾌하다.
연예 기사를 읽다 보면 세상 이치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대작 그림 팔아먹다 들통 난 만능재주꾼 조영남부터 배우 김민희와 영화감독 홍상수의 불륜 의혹까지, 최근의 연예계 빅이슈들을 접하며 돌아선 사람의 등 돌려세우는데 얼마 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뛰어난 재능이 실책을 얼마나 희석시켜줄까 등등 군중의 동향이 궁금해진다.
남편은 스포츠가 관심 대상이다. 애들한테 인생 강의할 때도 꼭 골프 게임을 예로 든다. 가끔 나에게도 요즘 잘나가는 운동선수에 관한 이런저런 사연을 들려주지만 대부분 소귀에 경 읽기가 되고 만다. 그런데 며칠 전의 스토리는 왠지 울컥하는 기분이 든다. 미국 프로 농구 선수 르브론 제임스에 관한 이야기다. 어려서부터 탁월한 재능을 드러냈던 농구 스타 제임스는 고향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떠나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한 뒤 두 차례 NBA 우승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고향에서는 배신자로 낙인 찍혔다. 유니폼이 불태워지고 자기 얼굴이 들어간 광고판이 철거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가슴이 아팠다. 고향으로 돌아와 두 시즌 만에 1승 3패에서 역전 우승의 기적을 이루며 첫 우승 트로피를 선사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펼쳐 본 스포츠 부문 첫 페이지의 우승 감격 포옹 장면에 코가 시큰거린다. 스포츠면 장장 마다 박진감 넘치는 사진과 제목들이 마음으로 들어온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스포츠인도 연예인도 자신이 하는 일을 대하는 태도 혹은 정신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료를 헤아리는 김혜수, 10대들을 헤아리는 나홍진, 고향 사람들을 헤아리는 르브론 제임스,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는 마음이 감동 스토리의 바탕을 이루는 것 같다.
미주중앙일보 < 이 아침에> 2016.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