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자질
동아줄 김태수
근엄한 시인 노교수님 앞
상 위 음식 먼저 자리 잡고
회의 끝난 저녁 회식 시간
입맛 딱 맞도록 불고기 구워나와
배고픈 냄새 원초적 시상으로 피어오른다.
달궈진 쇠 판 안에 미움 태울 때
날고기 익어가고
스며든 마음 맛깔나게 되작이며
볶아대던 푸념도 양념 삼아 집어넣고
지글지글 인격 함께 굽는다.
노시인님 내려다보며 강변하신다
시 쓰는 사람 진실해야 하고
글 쓰는 사람 순수해야 하고
먼저 사람 되어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는
지당하신 명강의로 설파하신다.
훌륭한 돼지 불고기 맛에 매료되어
둘러앉은 사람들 말없이 듣고
잘 구워진 인격으로 배 채우며
시인의 갈 길 배우는데
요동시* 나오려 요동을 친다.
*요동시[遼東豕]: 요동의 돼지란 뜻으로, 세상 물정에 어두워 혼자서만 뛰어난 인물로 자만하는 어리석음을 풍자(諷刺)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