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35
어제:
44
전체:
1,293,564

이달의 작가
2012.03.20 08:05

블랙 엥그스

조회 수 72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블랙엥그스/오연희


 
사우스다코다에 가면
금빛 초원위를 노니는
세월좋은 검은소를 쉽게 만날수 있다

어둑어둑한 저녁나절
눈발이 휘날이는 들판에서
해가 지든말든 눈이 오든말든 제 알 바 아니라는 듯
유유히 풀을 뜯고 있는데
영악한 사람들은 하늘을 가리는 어디론가 다 피하고
우둔한 저들은
하늘과 땅 사이를 가득 채운 하얀 눈세상에서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다

축복의 크기를 확인하기에는
어둠 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듯
눈이 발하는 수억의 빛을 온 몸으로 읽으며
세상 여념없이 풀을 뜯고있는데
얼만큼 어두워 져야 집으로 돌아가는지
느린 저 걸음으로 밤새 다다를 집이 있기나 한지
혹은 저 들판이 바로 저들의 집은 아닌지
온갖 상상을 하다가

차든 집이든 건물이든
더 크고 더 멋진 곳에 몸 싣은 것을 지고의 낙으로 삼다가
자기몸 크기만한 관 속이나
혹은 한줌의 뼛가루를 담을 조그만 단지 속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결국과
그 인간들을 위해 한 몸 온전히 다 내주고 가는
저들의 결국에 대하여 생각하다가

영혼 꼭 붙들고
가던 길 쪽으로 사라져 가는 일 외에
길이 없어

길을 간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9 수필 두 개의 얼굴을 가진 '낙서' 오연희 2016.03.12 247
228 수필 드라마 '도깨비'에 홀린 시간 4 오연희 2017.01.31 317
227 들리지 않아 1 오연희 2007.01.10 634
226 디카시-노을 file 오연희 2023.07.18 97
225 따땃한 방 오연희 2004.08.05 752
224 수필 따뜻한 이웃, 쌀쌀맞은 이웃 오연희 2015.07.11 205
223 또 하나의 하늘 1 오연희 2007.04.25 823
222 뜨는 별 file 오연희 2023.07.21 141
221 수필 러미지 세일/꽁트 8 오연희 2004.10.21 1443
220 러브 담은 입술 오연희 2004.05.18 734
219 수필 레나 마리아/봉사의 힘 1 오연희 2007.12.03 2121
218 레돈도 비치에서 1 오연희 2004.08.21 854
217 수필 렌트로 살기, 주인으로 살기 4 오연희 2016.08.25 103
216 릴레이 오연희 2006.05.24 788
215 수필 마음 비우고 여여하게 살아 1 오연희 2008.12.13 1516
214 수필 만화 '국수의 신'을 읽는 재미 오연희 2012.06.13 1179
213 말 걸기 1 오연희 2006.08.23 614
212 수필 머리 가려움증과 한국인의 정 3 오연희 2017.06.14 349
211 멀미 1 오연희 2007.03.14 1223
210 수필 멍청한 미국 샤핑몰 1 오연희 2004.08.09 1102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