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의 가지 끝, 빗방울 / 성백군
지난밤
봄비 다녀간 뒤
나목의 가지 끝에 맺힌 빗방울
열매일까? 눈물일까?
아침부터
말똥말똥, 글성글성
바람 불면 떨어질 것 같고
햇빛 들면 마를 것 같아
조마조마
안 그래도 되는데
때 되면 저절로 없어질 텐데
태어났으니 어떻게든 살고 싶어서……,
생명이란 본래 그런 것이라고
햇빛이 들여다 보고, 바람이 건드려 보지만
알 수 없다
저 빗방울이 싹의 젖줄이 될는지
낙수가 되어 바닥을 치며 한탄할는지
모른다. 몰라서 사람도
하늘을 담고 땅을 밟으며 저 빗방울처럼, 이제도
말똥말똥 글성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