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누설 / 성백군
8월 폭염에
호수 한 바퀴 돌기가 쉽지 않다
어림잡아도 2마일은 될 것 같다
저기, 저 전망 환한 곳에서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땡볕 아래 의자에는
아무도 없다
몇 달 전만 해도
춥다고 햇볕만 찾아다니며 우대하더니
어느새 그늘이 없다고 저를 외면한다며
의자 등받이가 화상도 마다하지 않고
반짝반짝 햇볕을 씻어내느라 바쁘다
그러니까
함부로 나서지 말란다
부도, 명예도, 권세도
먹히는 때가 있고, 막히는 곳이 있는데
요즘 세상사는 점점 이편저편으로만 만들어 놓고는
무조건 제 편 들기만을 바라니
마침내
땡볕 의자의 천기누설이다
저를 비난히지 말고 더 이상 계산도 하지 말고
저쪽, 그늘 밑 의자로 가서 푹 쉬시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