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찾기 / 홍인숙(Grace)
고국을 떠나온 지 이십 오 년이 넘었다. 그 긴 세월을 살아온 미국이지만 살아갈수록 이방인이란 소외감을 떨칠 수가 없다.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이 허전함은 무엇일까.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질병에 시달리고, 벌써 긴 그림자만 남기고 훌쩍 떠난 사람도 있다. 젊은 날, 남의 이야기만 같던 일들이 내게도 성큼성큼 다가오는 느낌이다. 살수록 무거워지는 일상에서 때때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자주 책방에 들러본다. 이제는 왠지 사람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수필집이 좋다. 역경 중에도 자신의 삶을 꿋꿋하게 살아가는, 진솔한 그들의 글 속에는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생에 대한 무한한 감사와 용기, 그리고 부지런함이 늘 나를 깨우치곤 한다.
남편과 함께 저물녘 바닷가를 찾는다. 그곳에서 거대한 바다를 진홍으로 물들이며 침잠하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웅장한 자연 속에서 작아질 수밖에 없는 겸손함을 배운다. 갈매기들의 힘찬 비상, 바다냄새와 파도소리가 어우러진 검푸른 파도에 가슴 깊이 쌓였던 복잡한 일상을 던지고 돌아오면, 어느새 잔잔한 행복이 가슴 속으로 밀려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좋은 이웃들과 담소하며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지혜를 나누는 것도 행복한 일이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열심히 도와주는 것도 보람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누군가가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나의 존재가치를 발견하게 되어, 자신을 소중히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작은 일에도 감사와, 기쁨을 모으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쌓여있는 스트레스가 행복이라는 햇살 아래 봄눈 녹듯이 사라지게 될 것이리라.
모든 질병은 스트레스에서 오며, 스트레스의 원인은 욕구불만이고, 욕구불만은 집착에서 온다고 하였다.
진정한 행복은 일정한 수준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가 행복의 조건을 높이 정해놓고, 그곳까지 도달하기를 기다리다 그만, 행복을 놓치고 마는 것이 아닐까.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무수한 곳에서 쉬운 방법으로 작은 행복들을 발견할 수가 있는 것을..
나의 처지를 있는 대로 받아들이고, 언제나 가까이 있는 자잘한 일상에서 행복의 요소들을 찾을 때 훨씬 나의 삶이 풍요로워지리라.
(1999년 한국일보 / 여성의 창 )
Stay 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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