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불멸의 여기자(記者)헬렌 토마스의 생일 날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
언론을 일컬어 ‘사회의 공기(空氣)라 했다.
인간이 들이마시는 공기와 같다는 뜻이다.
이처럼 엄청난 뜻을 지닌 언론이 썩고 부패한 공기로 변질돼 숨쉬기 조차 고통스런 형국이다.
작금의 대한민국 언론 행태를 보자.
일부 극소수 정론지를 제외하곤 대다수의 언론(신문 / 방송)이 ‘카더라’와 ‘가짜뉴스’를 남발하는 찌라시로 전락했다.
뿐만 아니다.
언론에 종사하는 기자들 역시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라는 수치스러운 불명예를 안고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
그렇다면 오랜 세월 사회의 신선한 공기로 대접 받던 언론이 왜 이지경이 됐을까.
한마디로 자업자득이다.
공평무사한 정론직필로 시민사회의 길라잡이가 돼야 할 언론이 오히려 곡필아세(曲筆阿世)로 시류에 영합하며 본분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신문과 방송의 이같은 야바위 처세는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진다.
아무리 절대 권력이라 해도 팬으로 그 힘을 견제해야 할 언론이 노골적으로 권력에게 아양을 떨며 북악어천가(北岳御天歌)를 읊조리기 일쑤다.
그런가 하면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권력과 인물들의 비위 사실에 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하거나 깔아뭉개며 배째라 식으로 일관한다.
참으로 낯간지러운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이들 언론은 또 자신들의 일탈행위를 지적하는 정론지에 대해선 말도 안되는 논리로 억지를 부리며 매도하기 일쑤다.
이 과정에서 언론이 지켜야 할 윤리 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이들 언론은 마치 좀비들처럼 흥건히 피를 봐야 직성이 풀리는 듯 무참히 난도질을 해댄다.
문제는 이들의 칼질 수준이 거의 병적이라는 점이다.
팩트는 없고 오로지 내로남불로 조진다.
헌데, 참으로 심각한 대목이 있다.
다름아닌, 이들 언론의 가짜뉴스와 카더라 타령을 상당수 시청자들이 부화내동 하며 동조한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북한 노동신문에서나 엿볼 수 있는 북악어천가와 가짜뉴스를 버젓이 남발하는 것은 말마따나 시청자를 ‘개돼지 수준’으로 여긴 탓일게다
제대로 된 언론은 올곧은 정론직필을 편다.
시청자들은 이들이 편집하는 정론을 통해 시류의 흐름을 파악하고 일상의 지혜로 삼는다.
이는 맑은 공기를 마시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
그런데 왜, 대한민국의 다수 언론들은 언론이 지향해야 할 공평무사의 본분을 헌신짝 팽개치듯 내던지고 야바위 행세를 하는 걸까.
목구멍이 포도청이어서인가….아니면, 청와대 또는 국회의원 자리가 탐이나서, 또는 기관장 감투를 따내기 위해 권력에게 아양을 떠는 것일까.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들 기자들은 지금이라도 팬을 휴지통에 던져버리고 언론계를 떠나야 마땅하다.
계속해서 팬을 거머쥐고 북악어천가와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경우 지조를 지키며 정론직필을 고수하는 기자들까지 도매금으로 기레기라는 오명을 쓸 것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그 어떤 분야보다 사무사(思無邪)해야 한다.
권력을 감시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 시키겠다는 기자 정신의 발현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이다.
무려 50년 동안 백악관 출입 기자로 활동한 여기자 헬렌 토마스는 살아 생전 동료 기자들을 향해 이렇게 일갈했다.
“기자의 본분은 다름아닌 ‘워치독(Watchdog)’이다.”
기자가 개인의 사적 감정을 스트레이트 기사 행간에 표기하는 순간 진실의 팩트는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 카더라와 가짜뉴스만 남는다.
(신문 칼럼)
이산해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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