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그래서 - 김영교.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때로는 잊기도
빛 바래기도
모래언덕이 되어 사라지기도
어쩜 아픈 흔적으로 남기도
고마운 것은
깊이 뿌리내린 관계의 나무에는
봄이 오면 애쓰지 않아도 언제나 새싹이 돋는다
인연이란 샘은
씨 뿌린 수고 뒤에 빈번한 왕래의 길을
오가며 없는듯 있는
정(情)을 퍼 올리기도
추운 겨울 밤 아랫목에 혼자 앉아
오래 묵었던 기억들 꺼내보노라면
김 오르는 고마운 순간들 떼지어 문안한다
사는 게
같이 흘러가는 것이라고
빛과 그늘, 바람과 구름,
해질녘이나 어스름 달밤
길고 먼 강, 이쪽 저편 사이
자연스럽게 휘돌아 흐르기도
때론 잠자는 동안도 고마움이 기어나와
마음에 있는 길 찾아
어쩜 그래서 목숨 줄기 하나
여기 지금 내가 호흡하고 있는 걸까
퇴11-26-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