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20
어제:
37
전체:
1,293,621

이달의 작가
2003.07.24 07:13

그는 웃었다

조회 수 664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그는 웃었다♣

한국에서 남편친구의 친구라는 낯선분이 오셨다

말기암 6개월 선고를 받고
삶을 정리하다가
마지막 지푸라기 잡으러
멕시코에 암치료 받으러 가는 길 이라고 했다

일년전 오빠를 암으로 떠나보낸 내 앞에
뼈만 앙상한 모습의 그가 나의 집으로 들어서며
웃었다

현미밥, 야채 셀러드에 된장국을 끊여 드렸더니
한국서 음식 못받아 들인지 얼마 만인지 모른다며
오늘 참 좋다며
웃었다

오십을 바라보는 이제껏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교회라며
먼저 웃 챙겨입고
소파에 두손 가지런히 모으고 앉아
많이 떨린다며 아기처럼
웃었다

병원으로 향하는 길, 차창으로 해골 같은 얼굴을 내밀곤
잘 견딜거라며
기도 할거라며
웃었다


일주일 만에 병원문을 들어서는 날 보곤
휘청거리며 다가와 내 손을 꼭 잡고
많이 좋아졌다며
웃었다

다음날,
더 이상 간이 기능을 하지 않는다는 진단 앞에
마지막 정리를 서둘러야 된다며

복수 줄줄 흘리며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틀후,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는,

정리 할 것이 많다고
정리 할 것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웃었을까?

난 울다가
그의 웃음이 생각나
웃었다

-오연희-

2003년 7월14일

2003년 2월호 "심상"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9 수필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오연희 2003.07.23 1096
308 왕의 남자 오연희 2006.06.14 776
307 온실 오연희 2006.09.06 664
306 수필 오케스트라의 단원 선발기준은? 오연희 2015.07.06 94
305 오월의 장미 오연희 2008.05.13 1604
304 수필 오바마 오씨 1 오연희 2009.04.10 1755
303 수필 영어와 컴퓨터 그 미궁 속에서 1 오연희 2008.10.28 1762
302 수필 역사 드라마와 대통령 선거 오연희 2022.02.23 102
301 여자, 내 자리 오연희 2011.02.10 955
300 엎치락 뒷치락 오연희 2006.12.13 692
299 엄마의 자개장 4 오연희 2016.05.10 162
298 생활단상 엄마도 여자예요? 2 오연희 2003.06.01 1236
297 엄마, 아부지 오연희 2003.12.13 854
296 언어의 구슬 오연희 2005.07.07 831
295 억새꽃 1 오연희 2008.09.17 1609
294 어머니 오연희 2004.04.13 642
293 어른이 된다는것은 오연희 2003.07.01 879
292 어떤 동행 1 오연희 2009.02.19 1236
291 어느 첫날에 오연희 2004.02.03 1043
290 어느 여름날의 풍경 오연희 2004.08.05 70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