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03
어제:
245
전체:
5,032,587

이달의 작가
2008.05.08 10:59

고문(拷問)

조회 수 539 추천 수 4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고문(拷問)


                                                           이 월란




똑...
똑...
똑...
물방울이 떨어진다
누워 있는 이마 한복판에
일정한 간격으로 똑똑 떨어지는 이 작은 물방울이
점차 채색이 되고
부피가 늘어나고
무게가 실려
모래알이 되고
돌멩이가 되고
급기야 바윗덩어리가 되어
누워있는 사람의 이마에 떨어진다고 한다

끔찍하고도 잔인한 정신적인 고문의 한 방법인
이 물방울 놀이에 관심을 가진적도,
실험도구가 되길 자청했던 적도 없건만
가끔, 아주 가끔, 떨어지는 이 작은 물방울에
내 이마의 정중앙을 조준시키는 버릇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흘려보았던 눈물방울과 아주 똑같이 생긴 그 하찮은 물방울이
똑...
똑...
똑...
경쾌하게 떨어지다, 어느 순간
서걱서걱 모래알 소리를 섞게 되면
나의 안락한 침실은 고문실로 변해버리고
살갗이 패이는 이마를 누르고 재빨리 몸을 굴린다
바윗덩이로 변하는건 시간문제였다
치매를 상습적으로 앓고 있는 내가
아무도 내 몸을 묶어놓지 않았다는 걸
늘 기억하고 사는건 얼마나 다행인지

영화관에서 막 나왔을 때 한낮의 햇살에 눈이 찔렸던 것처럼
아직 상영중인 영화같은 세상은
초록의 봄을 노래하고 있었고
진달래와 개나리를 급조하듯 피워내고 있었다

어둠을 감지하려 늘어졌던 동공이 햇살에 초점을 맞추려
볼록렌즈같은 수정체로 곡률을 조절하고 있었고
거울 속의 난 모래알을 말끔히 닦아낸 이마에
싸구려 파운데이션을 덕지덕지 쳐바르고 있었다  
                                                
                                                                                                                           2007-03-05



?

  1. 당신

    Date2008.05.07 Category By이월란 Views394
    Read More
  2. 바람이 머물다 간 자리

    Date2008.05.07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544
    Read More
  3. 편애하는 교사

    Date2008.05.07 Category수필 By이월란 Views714
    Read More
  4. 사랑의 복수

    Date2008.05.07 Category수필 By이월란 Views587
    Read More
  5. 회색지대

    Date2008.05.07 Category수필 By이월란 Views611
    Read More
  6. 여행, 일탈을 맛보다

    Date2008.05.07 Category By이월란 Views502
    Read More
  7. 솜눈

    Date2008.05.07 Category By이월란 Views418
    Read More
  8. 황사

    Date2008.05.07 By이월란 Views591
    Read More
  9. 돌부리

    Date2008.05.08 Category By이월란 Views385
    Read More
  10. 눈길

    Date2008.05.08 Category By이월란 Views338
    Read More
  11. 마음의 거리(距離)

    Date2008.05.08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484
    Read More
  12. 타인

    Date2008.05.08 Category By이월란 Views359
    Read More
  13. 바람 맞으셨군요

    Date2008.05.08 Category By이월란 Views317
    Read More
  14. 고문(拷問)

    Date2008.05.08 Category By이월란 Views539
    Read More
  15. 곶감

    Date2008.05.08 Category By이월란 Views398
    Read More
  16. 불망(不忘)

    Date2008.05.08 Category By이월란 Views373
    Read More
  17. 현실과 그리움의 경계

    Date2008.05.08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399
    Read More
  18. 질투

    Date2008.05.08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381
    Read More
  19. 바느질

    Date2008.05.08 Category By이월란 Views387
    Read More
  20. 물 긷는 사람

    Date2008.05.08 Category By이월란 Views54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