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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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12.05.19 01:43

쇠독

조회 수 579 추천 수 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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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독


이월란(2012-4)


여자보다 더 쇼핑을 즐기는 남자도 있다. 나의 구매욕은 작동하지 않은지 오래, 아주 오래되었다. 며칠 새 UPS 소포가 계속 현관 벨을 울린다. 그 날 온 것은 너무 작고 가벼운 것이라 탁자 위에 툭, 던져 놓았었다. 저녁을 먹고 난 후, 대뜸 입어보랬다. 뭔 옷이 고렇게 조막 만했을까. 잠옷이다. 나비 날개 같은 잠옷에 천사 날개 같은 나이트가운. 흑, 늙어도 새 옷은 즐겁다. 그 날개를 달고 며칠을 잤을까. 등이 가려워 며칠을 한 쪽 손으로 다른 쪽 팔꿈치를 등짝으로 밀어재낀 채 온종일 박박 긁었다. 영문도 모르고 긁힌 자국마다 피가 맺힐 때쯤, 어느 날 밤, 나비 날개 같은 잠옷 끈 뒤에 붙은 작은 금속 고리가 보였다. 없는 것이 부자 병이라니. 청바지 단추나 가짜 액세서리들은 모두 투명 매니큐어로 코팅을 해야만 한다.

당신이 사준 것들은 모두 나를 가렵게 만들어. 당신이 말했다. 돈 많이 벌어서 네 청바지 단추들을 모두 순금으로 바꿔 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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