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 늦은 후회
2018.06.13 06:22
얼마 전 남측예술단이 북한 공연 때 김정은의 요청으로‘뒤 늦은 후회’를 불렀다 한다. 이 노래가 김정일의 애창곡이었다고 하니 아마도 김정은에게는 사부곡인 셈인데 어쩌면 본인의 처지가 반영된 게 아닐까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 까만은 아무튼 이 노래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흔히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삶을 선택의 연속 이라고들 한다. 이를 프랑스 철학자‘장 폴 사르트르’가 한마디로 정의했다. ‘인생은 BCD 다’라고. 태어나서(Birth) 죽는(Death) 순간까지 끊임없이 선택(Choice)하며 산다는 뜻이다.
하지만 선택을 해야 하는 매 순간마다 모르게 지나치기도 하지만 선택을 앞에 두고 망설여야하는 경우도 많다. 어느 쪽이 더 나은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리 저리 다 알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다. 해서 우리는 먼저 선택을 하고 나중에 그 이유를 그럴 듯하게 꾸며 댄다고 한다. 그리고는 그 선택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한다. 혹시 잘못된 건 아닌지 하고.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자신이 기대했던 방향과 다르게 가면 금방 후회를 한다. 그 때 그걸 선택했어야 했는가 보다고. 이는 선택하지 않은 것이 언제나 더 나아 보이기 마련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실제로는 다르지 않아 보인다.
‘미스터 노바디’란 영화가 있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선택해야하는 경우에 따라 펼쳐지는 서로 다른 삶을 동시에 겪어 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아이들은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자신에게 일어날 미래의 일을 모두 안다고 한다. 하지만 망각의 천사가 아이의 입술 가운데를 꼬옥 눌러주어 모든 기억을 사라지게 해 준다. 그 때 눌린 자국이 인중이다.
헌데 한 어린아이 니모는 천사가 이를 깜빡 잊는 바람에 모든 미래를 아는 채 태어났다. 그리고 9살이 되었을 때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을 맞는다. 부모가 이혼을 하게 되면서 엄마와 아빠 둘 중에 누구를 따라가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선 것이다. 그러면서 엄마를 따라갔을 때와 아빠를 따라갔을 때에 따라 펼쳐지는 서로 다른 미래를 둘 다 경험한다. 시간이 흐르고 사랑을 하게 될 때도 마찬가지여서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른 여러 경우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모두 경험한다.
니모가 9살 때는 이렇게 말했다. ‘선택하지 않는 한 모든 것은 모든 것은 가능한 채로 남아있다.’그러나 118 살에 죽음을 앞두고서는‘그 때는 선택할 수 없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게 되었어. 그래서 선택할 수 없어’라고.
니모는 한 여정에서 어떤 인연으로 살고 싶은 가를 묻고 있는 거다.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뒤 늦은 후회를 할 것인가? 아니, 니모는 이런 말도 한다. ‘죽음은 두렵지 않다. 두려운 건 충분히 살지 못했던 것’이라고. 결국 삶의 여정에서 일어나는 매 순간마다 해야 하는 선택에서 그것이 어떤 것이든 또 다른 무언가일 수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단지 독재자의 선택은 예외로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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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익어가는 것들, 혹은 화해와 평화
· 동네 한 바퀴-매화 지고 앵두, 살구꽃까지
· 동네 한 바퀴 ② 살구와 명자 지고 사과꽃 피다
그러나 꽃의 목숨은 그리 길지 않다. 어느 날부턴가 꽃은 시들고, 한 장 한 장 꽃잎을 떨구고 마침내 스러진다. 여전히 장미꽃 행렬은 이어지지만,
어느 날부터 활기를 잃고 어두워지더니 이미 꽃잎이 떨어져
별 모양이 된 꽃받침과 동서(同棲)하고 있다.
6월, 계절이 여름으로 접어드는 시기니 나무들이 열매를 맺기 시작한 건
당연한 일이다. 세상의 변화나 인간의 삶과 무관하게 식물들은
자신의 한살이를 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들의 성장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지난겨울부터
그들을 지켜보아 왔기 때문이다
총알구멍의 침묵-평화도 익어간다
“지금 익어가는 것은 물기 많은 과실만이 아니다.
지금 익어가는 것은 저 깜깜한 총알구멍의 침묵이다.”
이는 산행을 마칠 때마다 내 입에서 맴도는 시구다. 아마 4·19 혁명 이후에 발표된 시라고 기억되는데, 안타깝게도 기억은 거기까지다. 스무 살 무렵에 읽은 그 시는 누가 썼는지, 제목이 무엇이었는지도 모른다.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찾을 길이 없다.
오늘,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완전 비핵화·안보보장’ 4개 항을 합의하고
막을 내렸다. 어떤 일정과 방식으로 한국전쟁의 종전선언과 평화선언이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공교롭게도 6월은 68년 전, 한국전쟁(1950~1953)이 일어난 달이다.
아마 그래서 익어가는 과실들을 바라볼 때마다 저 40년도 전에 읽은 시구가
떠올랐을 것이다.
익어가는 총알구멍의 침묵. 이미 지난 4월 27일에 판문점선언을 통하여 남북 정상은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선언한 바 있었다.
쉬 믿어지지 않지만, 남북 화해와 평화의 시대가 지금 눈 앞에 펼쳐지고 있고,
우리는 그 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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