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안으로 나를 밀어 넣고 - 김영교

2017.02.24 19:25

kimyoungkyo 조회 수:167

안으로 나를 밀어 넣고 - 김영교

 

아침 산책은

햇볕 안으로 나를 밀어 넣고 으깨기 시작한다

 

호흡이 먼 데까지 데리고 가는 통에

답답이 훌러덩 옷 벗고

발걸음마다

맑게 돌아가는 피톨들

조잘대는 냇물소리

 

너무 무성한 무관심 잎줄기들

마음의 바닥 흙들이 일광욕을 하면서

베어진다

 

조바심을 뚫고

목을 빼고 나온 알몸의 시선

싱싱한 초록 잎이 절정일 때를

기다린다

 

말을 아낀 침묵의 시간은

빛 가운데로 나를 밀어 넣고

으깬다, 반죽이 일어설 때까지

 

짙은 초록이 너풀대며 덮쳐온다

잎 저 아래서도 숨결 고와

빛이 일어서니 어둠은 가고

밤이 낮으로 흘러

목숨 꽃

내 안에 무수히 피고 또 핀다

 

퇴 2-24-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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