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N 과 윌셔은행의 합병으로 인한 통합은행의 명칭이 Bank of Hope란다. BBCN은 나라은행과 중앙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BBCN으로 바뀐 지 5년이 채 못되어 다시 이름이 바뀐 것이다. 나는 아직도 BBCN의 통합 전 이름인 나라은행 체크를 사용하고 있다. 사용빈도가 높지 않아선지 아직도 체크북이 많이 남아있다. 나라은행 이름의 체크를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역사 속으로 사라진 옛 이름을 고수하기가 영 편치가 않다. 아무래도 새 은행 이름 체크를 발급받아야 할 것 같다.
한국 갈 때마다 혼란스러운 것 역시 은행 이름이다. 미국 오기 전 주택은행에 조그만 주택청약금을 넣어놓았다. 이자율이 괜찮아 해약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더니 한국 갈 때마다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주택은행이 국민은행으로 이름이 바뀐 줄 모르고 은행 찾느라 한참을 헤맸다. 가끔 이용하는 외환은행 역시 하나은행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비즈니스 계좌인 상업은행은 한일은행과 합병하여 한빛은행으로 변경했다가 다시 우리은행이 되었다. 변경된 이름 때문에 번거로운 일이 생길 때면 귀찮아, 투덜대는 소리가 튀어나온다.
경제용어는 잘 모르지만, 합병이라는 단어는 지금보다 더 크고 튼튼한 조직으로 거듭난다는 뜻으로 들린다. 합병의 종류. 절차. 효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것은 없지만, 합병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관계자들의 고심이 상상초월일 것이라 짐작도 해 본다.
조직 간의 합병도 엄청난 일이겠지만,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도 못지않게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 부쩍 많이 드는 요즘이다. 이웃분이 친구들과 함께 찍은 딸 사진을 보여주며 모두 명문대에 인물 좋고 집안 좋고 똑똑하고 하시길래 나이를 물었더니 마흔이 턱 앞에 차 있단다. 결혼은요? 하려다가 꿀꺽 삼켰다. 다정한 마음에서 손주가 몇이세요? 가까이 사시는 어르신께 여쭸다가 아들이 오십을 바라보는데 아직 결혼 안 했어 하시는 민망한 표정에 아차, 했다.
한국에서 유행한다는 징역 해당 죄에 관한 웃지 못할 유머가 생각난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에게 골프채가 뭐냐고 묻는 죄 징역 1년. 다음 징역 3년, 5년, 7년까지 이어지다가 아들딸이 언제 결혼하냐고 묻는 죄 징역 10년. 손자 손녀 얻었느냐고 묻는 죄 징역 15년. 자식 취직했느냐고 묻는 죄 무기징역이란다. 자손에 관한 안부는 한 번 더 생각하고 건네야 하는 세월이다.
조직의 융합이든 남녀의 결혼이든 성공 사례가 많으면 용기를 내기가 좀 더 쉬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늦은 결혼의 이유를 요즘 세태의 흐름으로 돌리기에는, 따뜻한 가정의 본을 보여주지 못한 어른들의 책임도 일부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미국땅에서 대내외적으로 성장해가는 한인 은행의 자랑스러움에 비하면 합병으로 인한 이름 변경의 번거로움은 사실 별 것 아니다. 불편함을 겪으면서 깊어지는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자녀들, 두 인격체가 결합하여 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미국땅에 튼튼하게 뿌리 내리는 초석이 됨을 깨닫고 마음 기울여 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미주 중앙일보 < 이 아침에> 2016.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