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8 18:08
7월, 토로를 만나다 - 이만구(李滿九)
보릿짚 타는 내음에 메케한 들길을 지나
초여름의 태양, 찌는 듯한 땡볕아래
채양모자 그림자 밟으며 아스팔트길 걷는다
산길로 접어들자, 말총머리 휘두르고
지나가는 키 큰 근육질의 백인 여자
소와 싸워 견줄 수 있는 젊은 기량의
빠른 걸음으로 아마의 땀 훔치며 달린다
햇살을 등지고 자전거 타는 두 젊은이
서로들 경주하며 앞다투어 달려가고
뒤따라 남아 발걸음 산정상 재촉하고 있다
러닝샤스가 촉촉이 적시어가는 정오
숨이 찬 나는 잊힌 토로를 불러 대면한다
스물네 살, 젊은 나는 검은 황소 토로와
투우, 목숨을 내걸고 결투하기 전에
이렇게 눈부시던 과거의 태양 아래
그를 만나 그와 나의 운명 이야기 한 적 있다
내 눈에는 그의 눈빛이 아직도 선한데
관중은 너와 나 둘 중의 하나, 목숨 바쳐
선홍색 핏물이 흐르는 칼끝에 아니
토로의 빨간 뿔 위에 운명을 세울 것인가
처절한 삶, 피할 수 없는 대결 생각하며
나는 빠른 발걸음 7월의 토로를 만나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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