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힘
2016.08.25 16:02
글의 힘
얼마 전에 ‘국제시장’ 영화를 보았습니다. 2시간 내내 한 평범한 남자가 걸어간 발자국을 따라 걸으며 그의 삶 속에서 함께 울고 웃었습니 다. 당연히 알고 있었던 우리 역사의 한 토막인데 영화를 본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왜 이렇게 마음에 찡한 여운이 남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시대가 겪었던 아픔이 또렷이 형상화 되어 가슴에 묵직이 자리를 잡고 사라지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시대의 아픔을 우리 자식이 아닌 내가 겪고 지나가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가.' 짧은 한 마디가 화면에서 뛰쳐나와 극장 안에 공기처럼 꽉 차더니 화살이 되어 내 마음에 꽂혔습니다. 짧은 대사가 영화 내용 전체에 의미를 부여해주고 마음도 젖게 하는 묘한 힘이 있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몇 사람은 자리에 멍하니 앉아 일어날 생각도 않 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눈두덩이가 발갛게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 날 이후 계속, 영화관을 떠나던 사람들의 얼굴이 눈에 선합니다. 내 마음은 아직도 애잔하구 요.
우리나라에 힘든 세대가 있었듯 미국에도 ‘더 그레잇티스트 제너레이션’이라고 불리우는 세대가 있습니다. 1914년 부터 1924년 사이에 출생한 사 람들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 태어나 대공황의 어려움 속에서 성장하여 제2차 세계대전을 겪고 전후 복구와 경제 건설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세대. 그리하여 드디어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든 그 시대의 사람들을 미국인들은 ‘위대한 세대’라며 존경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명칭은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탐 브로코우(Tom Brokaw) 라는 방송인이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엮어 ‘The Greatest Generation’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 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역사의 한 가운데에 이런 위대한 삶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미국이 존재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하여 재인식한 것이었습니다.
한마디 툭 던진 대사가 며칠동안이나 사람의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기고, 한 작가의 글이 사라진 시대를 역사의 한 가운데로 끌어다 내어 재조명하 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글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두려워집니다. 한편으로는 자부심도 생깁니다. 크게는 역사의 획을 긋기도 하고, 작게는 사람에게 행복과 위로도 줄 수 있다는 것이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큰 기쁨이고, 책임인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합 니다.
우리는 좋은 글을 많이 써야겠습니다. 선한 에너지와 긍정적인 힘을 실은 글로써 동포사회의 문화와 정신세계를 성숙시킬 뿐 아니라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린 우리 이민 일세대도 또 다른 ‘위대한 세 대’임을 후세에 남기는 역할까지 감히 감당하면 좋겠습니다. < 퓨전수필 2015년 겨울호 협회장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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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8월26일 금요일 아침..
너무나도 선선한 바람 맑은 하늘도 완벽한 하루
매일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 . . .
가을이 오나 봐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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