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세상 피우기 위해
동아줄 김태수
펑펑 어둠 속에서 눈이 내린다
감춰도 나오는 흔적 몰래 지우려
시린 추억 불러오며
서걱거리는 살얼음 같은 삶 위에
눈꽃 세상 피워내며 눈이 내린다
참새 떼 나는 대밭 산집
조잘대던 얘기 작설차에 담아 마실 때
올곧게 살다 가신 선생님 무덤가
산길 말없이 함께 걸을 때
하얗게 부서져 내리던 눈이다
한 무리 속에 어지럽게 얽여 있어도
참새 떼 부딪침 없이 날고
대순 뿌리내려 하나씩 솟아나고
떠도는 세상 이야기 산 자들의 유훈 되고
할 말 많은 침묵은 고요 속에 잠들어 있다
그땐 몰랐다 눈이 말이 되어
못다 한 말 한꺼번에 쏟아부으며 그리움 불러오고
눈속 맨살 가지 눈꽃 피우며 기다림 갈아 입을 줄을
해님 어서 나와 안아달라고
펑펑 어둠 속에서 눈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