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단풍 / 성백군
단풍은
그저 드는 게 아니네
아무 때나 드는 게 아니네
봄 여름 지나고
찬바람 맞아야 드는 것이네
그 많은 세월
다 이기고 살아남아야 드는 것이네
가을에는
너 나 할 것 없이
다들 단풍 든다는데
나도 가을인데
내 생은 너무 밋밋하여 이러다간
멋 한번 내보지 못하고 갈잎이 될 것 같아
곰 같은 마누라를
이리저리 놀리고 약을 올리고 하다가
꼬집혔네
빨갛게 살갗이 부풀어 오르네
드디어
내 몸에도 단풍드네
이런 단풍 맛 얼마 만인가!
늙은 몸에 든 단풍은 세월을 거슬러 젊어지네
신혼 기분 나네
늦게나마 연애 한번 제대로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