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 / 성백군
몰래
숨어 오려 했건만
자박자박
어둠이 먼저 알고 소리를 지릅니다
이양 들켰으니
이제는 감출 것 없다며
까놓고
똑똑
처마 밑 들창을 두들깁니다
저게 참 질기기도 합니다
유년의 기억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고희가 다 된 내 심방을 흔들어 놓네요
소꿉놀이 색시 하던,
오줌 싸고 소금 꾸려 다니던,
단옷날 동무 사이에 더위를 팔았다고 싸우려 들던,
그 시절 고향 이야기 속 사람들
지금은 어느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그동안
세월에 씻긴 줄 알았는데
주룩주룩 밤비 맞드니
밤하늘에 별빛처럼 반짝입니다
소리가 다 모여 그리운 발걸음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