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하는 새/강민경
짹짹
이른 아침 창 밖을 보는데
털이 부스스한 어린 참새 두 마리
베란다 난간에 앉아
노란 주둥이로
이리저리 자근자근 더듬거리며
깃털을 다듬는다
서로서로 화장시켜주고
바로 잡아주는 정겨움을 보다가
언니 오빠 동생들에게
사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내가 한심해서
새들 앞에 부끄러운데
언제 어디서 쫓아 왔는지
새끼들 날개 아래 품고 길고 단단한 부리로
엉킨 깃털을 바로 잡아주는 부산스러움을 보다가
스스로 위로해 본다
새나 사람이
제 새끼 사랑하기는 마찬가지
형제자매에게 소홀했던 마음 가라앉히며
이젠 아이들 다 크고 살림 내보내고 나니
형제자매들 우애 있게 지내라는 부모님 말씀
회상하여 그동안 뜸했든 관계
통화하고 털어내느라
내 입술 화장발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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