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의 탄식/강민경
비가 온 뒤
언덕 위에 있던 저 바위
굴러와 사람 다니는 길을 막았다고
오가는 산 객들이 지팡이로 툭툭 치며
한마디씩 험한 말을 해댄다
안 그래도
높은 자리 내어 주고
낮은 자리로 떨어진 처지가 원통한데
바위 더러 어쩌란 말인가?
오래 살다 보면
언덕이 허물어지고 지반이 내려앉기도 하련만
자기가 좀 불편하다고 남의 상처 자리에
칼질을 해대는 세상인심이라니
아프기 전에
미리 조심할 일이다
몸이 마음대로 될 리야 없지만 그래도
오래 아파 자식들 길 막으면
저 바위처럼 천덕꾸러기가 될 수 있나니
바위의 탄식이 내게로 전이되기 전에
조심할 일이다 비난하기보다는
교훈으로 삼고 열심히 운동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