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값
고현혜(Tanya Ko)
거실 천장까지 쌓여 있는 나무를 봐
저 벌거숭이 나무가 마루가 되려면
드는 돈도 시간도 엄청나대
기다란 생참나무 뻗어 있는 모양
아—― 꼭 죽은 코끼리가 누워 있는 것 같아
그 남자 큰 소리로 말하길
이 나무가 제대로 된 마루가 되려면
이 집 온도에 먼저 자기 몸 온도를 맞추어야 한다는 거야
그런데 나무가 숨을 쉬지 않는 거야
일주일이 가고
한 달이 가고
그 남자 매일 와서
어깨에 힘을 주고 힐끔 힐끔
나무 온도만 재는 거야
숨 쉬지 않은 생 참나무를 보면
내가 숨이 막혀 오는 거야
쓸모없는, 버림받은……
보내야 해
내 생각을 말하고 싶어
거짓으로 순진한 미소를 지으며—― 착한 척—―
참한 여자는 자기생각을 말하지도,
남자에게 자기주장을 펼치지도 않는 거라고
도대체 숨 쉬는 값이 얼마야
웹진 『시인광장』 2016년 7월호 발표
고현혜 (Tanya Ko) 시인
1993년 《한국시》로 등단. 안티오크 대학에서 문예창작 석사.
시집으로 영한시집 『일점 오세』, 영시집 『Yellow Flowers on a Rainy Day』와
시집 『나는 나의 어머니가 되어』가 있음.
영시 「Comfort Woman" Women's National Book Association」가 2015년 영예의 시 선정됨.
현재 미국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