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이야기 / 성백군
마키키 등산로 초입
삐비, 3월에 왔을 때는
무릎에서 알짱거리더니
6월에 다시 와 보니 훌쩍, 내 키보다 커
어깨 위에서 건들거린다
그동안
나는 이만큼 컸는데
당신은 어디서 무얼 했느냐며
오랜만에 작심하고 산길 오르는 늙은이에게
갓길로 나와 얼굴에다 대고 비빈다
시비를 거는 건지, 반기는 건지
보다 못한 골바람
나 대신
저 새파란 풀, 버릇을 고치겠다며
쏴아 쏴아
삐비의 허리를 꺾으며 소리를 지른다
나는 괜찮은데, 오히려 시원한데,
산새들 뛰쳐나와
눈알을 부라리며 쫑알거리고
낮잠 자다 선잠 깬 산닭 저도 한몫하겠다며
사연도 알지 못하면서 무턱대고
한낮의 해가 놀라 돌아보기까지 홰를 치고
촐랑촐랑, 늙은이 섭한 심사(心思)를 달랜답시고
제멋에 흐르며 깝죽거리는 개울물,
저것들이 다
시비든, 아양이든, 사랑이든, 질투든,
무엇이 되었든지 숲 속 이야기라,
나는 좋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