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에 새긴 연서/강민경
*파이네 풀 제 배지 입구
파란 꽃봉오리를 연상케 하는
파이네 풀을 보러 온 사람들 북새통이다
부동 자세의 안내원 같이
간격 맞춰 서 있는 나무의 너부죽한
푸른 잎에 흉터 같이
빼곡하게 새겨진 글을 들여다 본다
‘희’ 야 나, 너 ‘사랑한다’ 하늘만큼 땅 만큼
‘훈’ 아 나도 너 사랑해?
삐뚤삐뚤 수줍은 그러나
획 하나 틀리지 않고 또박또박 그려 낸
마음 밭
간절함이 드러나 있다
어떻게든
인정받고 싶은 열정의 고백
꺼지지 않는 불길이다.
옛날, 앞만 보고 다니라 해서
누가 따라올까 봐
불안해하던 그런 시대가 아니라
국제화라는 피켓 당당히 앞세운
*공명(公明)의 힘
살맛 나는 요즘 젊은이들의 용기와
순수함이 살짝 부럽다
*하와이에서 제 배 하는 과일 명 * ‘공평하다’ 의 어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