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을 빼놓고 사는/강민경
발이 아플 때나
가슴 아픈 일을 겪을 때면
사람들은, 으레
바르게 똑똑 소리 내어 걷지 못한
한쪽으로 기울어진
구두 뒷굽을 탓하든가
세상 탓을 하는 이런저런
변명을 듣고 있으면
굽 없는 신발이 편하다는 편견은
때때로 위로 아닌 위로를 받습니다
양심을 빼놓고 사는 세상에서
뒷굽이 똑같아야
바르게 설 수 있다는 주장은 당연한데
뒷굽이 닳은 신발을 신고도
어깨를 펴고,
등을 바로 세우는 사람이라면
어떤 바람이 자기를 흔들었는지
자기가 어떻게
흔들렸는지를 판단하여
지금까지 몰랐던
내 고집, 내 부족함을 뉘우쳐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만나도
좌로나 우로나 흔들리지 않은
올바른 양심은
절대 쥐 녘 들 일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