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白書) 가슴에 품다/강민경
함박눈이 펄펄 내리는
연말연시
당신이 쓴 한 장의 백서를 영접합니다
해마다 똑같은 모습인데
특별하지도 않는데
가슴 설레게 하는 이 감동
이 떨림, 확실한 반가움입니다
때 되면
여전히 찾아오시어
세상 사람들에게 선물이 되어 주시는
당신의 하얀 글이
어찌 이토록 보드랍고
신성합니까
눈꽃, 한 송이 한 송이로
담아낸 당신의 세상
환한 눈부심의 한 해가 더 소중해서
내 눈에
내 가슴에 열 번씩, 백 번씩,
열 번이라도 아니
백 번씩, 백 번이라도 새겨 넣습니다
서늘한 냉가슴이 얼음꽃이 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