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은 마음자리 / 성백군
“먼저 가시게나”
앞길은 뒤따르는 사람들에게 내어주고
느릿느릿 오르막 산길을 간다
그동안 소홀했던
발밑 풀들 살펴보고
양옆 나무들에 인사도 받고
파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변화무쌍한 구름과 농담도 하고
그도 시큰둥하면 지나온 길 되돌아보면서
산 아래 내 살던 동네에 시 한 수 남기고
까짓것
사는 게 무엇이라고
그 많은 날 다 그냥 흘려보내고
고희가 되어서야
오년, 십년, 손가락을 꼽아보는가
젊었을 때는 내리막도 있었는데
어느새 오르막뿐
산정이 따로 있나
가다가 주저앉으면 거기가 산정 아닌가
오늘도 일터에서
정상을 향하여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가는 사람들아
정상은 산의 꼭대기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자리려니
“잠깐 거기 서서 나 좀 보시게나”
오르려고만 하지 말고 지금 있는 자네의 자리를
즐기면 어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