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자살하다 / 성백군
죽었다
아침에 보니
식탁 위 물그릇에 담가놓은 꿀단지 앞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 자살했다
우리도
단것만 좋아하다 보면
저리되지 말라는 법은 없는 법
누가 밀어 넣은 게 아니다
밤새도록 단지 뚜껑을 핥으며 애쓰다가
분(憤)이 넘쳐서 스스로 뛰어든 것일 게다
단것이 꿀뿐이겠는가
부도, 명예도, 권세도, 기호도, 무엇이든
욕심이 과한 자에게는 다 단것이 되는 것을
자살한 것은 바퀴벌레만이 아니다
체면과 도덕과 윤리와 양심을 잃어버린
사람들 안에 있는 또 다른 사람
나에게는 없는가?
바퀴벌레, 그 주검이 징그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