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부자/강민경
카피올라니 공원의 아침은
무리 지어 움직이는 새와 비둘기떼가
모이를 주는
노숙자를 따라 와글와글 야단법석이다
저 먹을 것도 부족할 텐데
새와 비둘기떼를 거두는
가난한 노숙자의 선한 마음에는
비워도 비워지지 않는 부자가 산다
줄 것도 없으면서
가난까지 다 내어 준 오지랖이라고 비난하겠지만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함에는
보통 사람이 따라 할 수 없는
거룩한 소통이 있어
내 안일만을 따라가는 세상을
돌아보게 한다
카피올라니 공원에 아침
새와 비둘기떼
노숙자의 손등 어깨 거리낌 없이 친숙해
노는 모습이 아름답다.
잠시 세상을 잊고 천국을 다녀온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