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고 억지 쓰는 몸/ 성백군
봄이 왔다고
나목에 싹이 돋고
햇볕이 꽃봉오리에 모여들어
꽃을 피우겠다고 바글거린다
내게도 그런 일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거울에 비친 내 얼굴 모습은
주름투성이에 검버섯 몇 듬성듬성
봄이 와도 몸은 봄 같지가 않아
더욱 봄이 그립다
내 평생, 그동안
들이쉰 숨 다 내쉬지도 못 한 것 같은데
젊음은 사라지고 들어앉은 늙음,
인생 참 덧없다
미리 알았더라면 아니, 예전에 느꼈더라면
진지하게 시간을 보냈을까?
사람 사이에서 예의 바르고 자연 앞에 겸손했을까
어느새 건방지고, 교만하고, 잘났다고 하는 것들이
혈기 죽어 마른 풀같이 되었다
이러다가 나는 그냥 지워지고 마는 것 같아서
봄맞이 나갔다가
나비처럼 꽃 곁에서 흐느적거리다가
벌에게 쏘였다. 아프지만,
(벌침이 박혀 얼굴이 부풀었지만 벌은 곧 죽을 것이고
내 살은 그 죽음 위에 빨갛게 꽃으로 피어날 것이니)
이게 부활 아닌가?
봄이 왔다고
억지 쓰는 늙은 몸에도
봄은 봄이라서
벌침 맞은 자리가 따끔거릴 때마다 오히려
마음에는 봄꽃이 핀다
808 - 0405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