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청춘을/강민경
알라와이 운하 수면 위
어둠 거둬내는 달빛을 보는데
속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답답한 빌딩의 불빛이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물속에 세운 불기둥으로 환한 길을 닦는다
길가 쪽 가로수로 선
플루메리아 빽빽한 푸른 잎은
12폭 치맛자락 펄럭이는 무희처럼
꽃보다 싱싱한 청춘을 내세우고
도로 쪽 하늘로만 치닫던 야자수는
구름 속 숨은 달님 쫓다가 그림자로 떨어져
나와 그이의 발길에 밟히며
환한 가로등 원망해 보지만
꽃 시절보다 여생이 청춘인 우리 부부 앞에서는
질투도 박수가 되어
서늘한 밤바람에 흥에 취해 흐느적거린다.
이따금
어둠을 가르는 차 소리에
알라와이 운하 고요한 수면이 흔들리듯
그이와 함께한 인생길 뒤돌아보면
다 꽃은 아니었지만, 아직
남은 생이 있어 날마다 저녁이면 운동 삼아
그이와 함께 손잡고 꽃보다 좋은 청춘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