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네 비둘기 떼 / 성백군
해 뜬 직후
매일 동산 산동네를 찾아오는 비둘기 떼
활강하는 날갯짓이 눈부시다
이 지붕 저 지붕
산모퉁이 외진 집까지 두루 돌아
꼼꼼히 살피고
이 형편 저 형편 이런 사정 저런 사정 다 챙긴 후
사는 데 보태쓰라고 빛을 뿌린다
비록
돈은 아니지만
거기에는 명예도 권세도 없지만
돈 때문에 망하고
명예나 권세 때문에 추하게 되고 감옥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니
욕심껏 탐해도 된다고
세상 사느라 진 허기를 메워준다
빛 가운데서 살면 가난이야 하겠지만
어차피 죽을 때는 다 내려놓고 가는 인생
그래도 요즘 세상에는 열심히 일하면 밥은 굶지 않을 테니
죄짓지 말고 밝게 살라고
아침 비둘기 떼
반짝반짝 산동네 위에 빛을 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