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예뻐/강민경
10월 초, 정오의 햇빛을
땡볕이라 해야 하나!
더위로 몸이 허약해진 걸까?
땀이 배기 시작한 축축한 옷이
마땅찮아 편해 보이는
돌 위에 앉아 숨 고르다가
계곡 타 내린 촘촘한 나무 사이에
얼굴 빠꼼이 내민 빨간 꽃 한 송이가
아주 예뻐
꺾어가고 싶어 이리저리 살피다가
내가 이 꽃을 꺾으면
이 꽃은 죽은 목숨인데!
애잔함은
이 꽃의 생명을 꺾을 수가 없다
산골짝에 핀 주인 없는 꽃이라고
함부로 꺾어 죽게 한다면
이곳을 지나는 다른 이들은
또 얼마나 팍팍할까!
내가 너를 아껴두면
여기를 지나는 사람들도
너를 보며 즐거워하겠지!
이제부터 숨어 있지 말고
많은 사람과 즐겁게 만나거라
선심 베푸는 내 마음이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