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아라, 가로등 / 성백군
아내와 함께
저녁 산책길을 나왔습니다
가로등이 환합니다
평생을
묵묵히 내 뒤만 따라온
아내가 고마워 손을 내미는데
마치 한 몸임을 확인하려는 것처럼
아내도 내 손을 꼭 잡네요
작고, 연약하고 그러나
동안이라서 생전 안 늙을 것 같았었는데
어느새 주름살이 겹치네요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다 내 탓인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미안하고 안쓰러워
주름진 아내의 이마에 살짝 입술을 되었더니
자연스레 내 허리를 감고 다가서는 아내의 몸과 마음
“눈 감아라. 가로등”
“무얼 보겠다고 더욱 밝게 비추니!”
그래, 까짓것
소문나면 어떻습니까
우리는 부부인 것을
평생을 같이 살아온 사람의 모습이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