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비 그치고 / 성백군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너무 많이 내려 앞이 잘 보이질 않아
잠시 가던 길을 멈추려고 차를 갓길로 세운다
차창 밖은 온통 빗소리뿐이라
세상은 시끄러운데
오히려 차 안은 조용하고
내 심장의 박동 소리까지 들리는 듯하다
오랜만에 찾아온 이 고요의 분위기가
아내가 내려준 보온병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어우러져
모락모락 김을 품어내며 평화롭고 달콤하고 살갑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앞뒤 분간 못 하고 치닫기만 하다가
펑크 난 타이어처럼 주류에서 밀려난 우리네 삶
이때가 나를 찾을 때고, 오늘같이
여기에 내가 있고 행복이 있는 삶이 아닐까 싶은데
어느새 비 그치고
뒤에서 빵빵거리는 경적 소리
영양가 없는 생각일랑 하지 말고, 빨리 가란다
뭉그적거리다가는 추월당하고 뒤돌아보면 사고 난다고
세상은 가던 길을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