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바닷가 / 성백군
바다에 해 떨어져
수평선은 잠을 리고
시간을 살라 먹고 늙어버린 태양이
산산이 부서지며 노욕을 토한다
두서넛 옷가지며 돗자리들이
파도에 걸려서 어둠을 줍는
황혼의 바닷가 백사장에는
분답던 사람들의 발자국만 남았다.
길 잃은 아이 쉬어 터진 울음이
꺽 꺽 엄마를 찾고
갈매기 떼 지어 서산을 날고
늙은 노숙자 쉼터를 찾는다.
하늘은 낡아서 어둠은 가깝고
삶은 헛되이 흩어지려나
하나, 둘
돋아나는 불빛을 따라 나방들이 날아들어
가로등 등불에 목을 매는데
금속탐지기 휘저으며
금붙이 줍는 사람들의 망태기에는
인사(人事)가 고이고
젊은 연인들은 사랑을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