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측량하기 / 성백군
칙 폭 칙칙폭폭
울 넘어 들여오는 기적소리가
연말을 재촉합니다
왜 가야 하는지
가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창 너머 보이는
조각하늘에
낡은 나뭇가지가 걸려 있습니다
몇 안 남은 갈잎이
불어오는 바람에 제 운명을 맡겨 보지만
허사입니다
허공을 나르는 갈까마귀 떼
군무를 이루며 방향을 정하는 것 같더니
금방 구름으로 들어가 보이질 않습니다
길을 잃었나 봅니다
세월, 참 춥습니다
FREMONT 초겨울 아침이라
이불에서 나오기가 싫습니다
이러다간 세월을 영영 잃어버릴 것 같아
벌떡 일어납니다. 우수수 시간이 떨어지는 소리
칙칙폭폭 세월이 달려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