듬벙 관람요 / 성백군
삶이 팍팍하여
잠시 쉬었다 가려고
카피올라니 공원 듬벙에 들렀습니다
내게로
우르르 몰려오는 오리들
뭐 좀 달라고……,
아무것도 없다며 두 손 내밀어 탁탁 털어 보이는데도
꽥꽥 소리 지르며 겁박합니다
잠시 미안했던 마음도
싹~ 가시고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올라 살펴보는데
세상 어디에도 공짜는 없답니다
먹거리가 아니라
지네들 노는 동영상 관람요 내랍니다
사람들은 돈돈하면서 산골 물도 떠다 팔고
공기도 햇빛도 판다는데
지네도 돈 좀 벌자는데 뭐가 잘못이냐며
노려봅니다
사람 체면에 자존심 상해
할 말 못 하고 쫓겨났습니다
그래도 양심은 지켰다고 대거리했더니
오리들 희귀 동물 구경하는 것처럼 말똥말똥
나를 쳐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