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책 / 성백군
하늘이 맑고
햇볕이 너무 좋아, 운동도 할 겸
산책을 나왔습니다
동네 한 바퀴 도는데
아내가 핸드폰을 잊고 나왔다고 안절부절입니다
괜찮다고, 내가 가지고 나왔으니까
당신은 내 손만 꼭 잡고 있으면 된다며
잡은 손에 힘을 줬더니만
아파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가
백치처럼 하얗게 웃습니다
그 웃음이 전이되어
내 마음에 이유 없는 꽃이 피더니
늙은 몸에서도 향기가 나는 듯합니다
지나가는 바람이 살랑살랑
올가을에는 나에게 세상이 부러워하는
고운 단풍이 들 것이라며 내 귀를 열어
미세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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