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화부터 내지요/강민경
사랑하는 사람끼리 주고받는 말도
달콤하게 들릴 때가 있고
좋은 말도 듣기 싫을 때가 있다
외출시간 맞춰 서두르는 아침
대뜸 목소리 높이는 그이
단추 떨어진 걸 지금 나더러 입으라는 거요
높은 톤에 기죽어
‘앗 참 깜박했네, 하고 넘겼지만
온종일 답답한 기분이다
좋은 말로 바꿔 입겠다 하면 좋았을 것을
웬 화부터! 울컥했다가
당신 마음은 편했을까? 설마
내가 부러 그랬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
같이 살아온 날들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고희를 바라보는 처지에……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 안에 내가 없었다는 서운함
슬그머니 화가 동합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데
밖으로 드러낸 불만과 안으로 들인 불만이
시 차를 두고 달랐다는 서운함
온종일 안개 속이다
퇴근 전까지는 풀어야 할 징크스를
지울 수 있어야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