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02 17:06
박대의 고향에서 - 이만구(李滿九)
양지바른 뜰안에 다시 가을바람 찾아들어
맨드라미꽃 위 고추잠자리 날아 앉고
장독 위 채반에 널어 말리는 저린 박대포
이국에서 그런 고향의 옛 풍경 그리워진다
명절 제사상에 올리던 조기처럼 귀하지도
독버섯 꽃무늬 복어처럼 화려하지 않아
어릴 적, 밥상에도 많이 놓이던 박대는
죽어서까지도 훌쩍 고향을 떠나지 않았다
울 어머니 남새밭에 빨간 고추 몇 개 따다
비린내 나는 생선국을 얼큰하게 끓이고
마당에 모깃불 피워 놓고 오손도손 모여
평상 위에 앉아 미래를 꿈꾸던 그 시절,
별을 바라보며 함께 먹던 사람들이 그립다
오늘밤, 마지막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구름 속에서 환히 비추고 있는 보름달
올 한가위 명절도 한 달 남짓하다 알려준다
이때쯤이면, 수수떡 해놓고 순희 큰누님을
기다리던 어머니! 그 두 얼굴 달빛에 어린다
서해바다 박대는 군산 연안이 고향이라고
갯벌 낀 푸른 물결 떠나지 못하는 것인가
샌디에이고 라호야 해변까지 차로 반시간
이제, 나도 태평양 박대처럼 그리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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