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0 17:58
밥상 - 이만구(李滿九)
나보다는 열 살쯤 어린 내 어머니가 멀리서 환히 웃음 짓고 걸어온다
평상 위에 잠든 날 흔들어 깨운다
그때처럼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여남은 살 철부지 동생들 챙기며 울 밑 애호박을 따서 찌개 끓이고 황세기 젖 쪄서 저녁상 차린다
산 위에서 어렴풋이 비치는 노을빛
난 툇마루에 앉아 옛 모습 살피며 목이 메어와 한 술 밥도 넘길 수 없다
어릴 적, 생계란 하나씩 건네주며 타고난 손금이 있어 넌 좋을 거라던 될수록 멀리 떠나가야 명 이을 거라고 앞 내다보시던 속마음 여쭐 수 없다
무엇이 그리 급해 먼저 떠난 젊은 내 어머니가 이국땅까지 찾아와 차려준 꿈속의 밥상을 마주한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1 | 독방 | Noeul | 2024.01.20 | 91 |
60 | 빛바랜 작은 수첩 | Noeul | 2024.01.20 | 100 |
59 | 마음속 줄금 | Noeul | 2024.01.18 | 71 |
58 | 사랑은 더디 오더이다 | Noeul | 2024.01.17 | 86 |
57 | 테라스의 가을장미 | Noeul | 2024.01.13 | 123 |
» | 밥상 | Noeul | 2024.01.10 | 81 |
55 | 박대의 고향에서 | Noeul | 2024.01.02 | 92 |
54 | 고향에 눈은 내리고 | Noeul | 2023.12.31 | 87 |
53 | 꽃상여 | Noeul | 2023.12.29 | 85 |
52 | 길은 멀어도 | Noeul | 2023.12.27 | 84 |
51 | 겨울비 우산 속 | Noeul | 2023.12.23 | 124 |
50 | 겨울밤 풍경 | Noeul | 2023.12.09 | 120 |
49 | 마지막 생일처럼 | Noeul | 2023.12.06 | 123 |
48 | 귀로의 밤 | Noeul | 2023.12.03 | 86 |
47 | 망향 | Noeul | 2023.11.24 | 140 |
46 | 역전, 포기치 않는 꿈 | Noeul | 2023.11.23 | 90 |
45 | 거울 속의 아버지 | Noeul | 2023.11.06 | 153 |
44 | 가을이 오기 전에 | Noeul | 2023.10.22 | 97 |
43 | 아내의 간장게장 | Noeul | 2023.10.01 | 94 |
42 | 국제전화 | Noeul | 2023.09.21 | 1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