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3 19:31
윤사월 붉은 봄꽃이 - 이만구(李滿九)
내 이름도 더 알려하지 마시라
검게 탄 얼굴 무어라 내세울 것 없는 나목이
높다란 가지 끝에 당당히
벌거벗은 몸에 붉은 꽃만 피었다
혼자서 이 한적한 거리 서성일 때
하도 봄하늘이 푸르러
망설이는 눈길, 저 맑은 하늘가
윤사월 꽃가루 흩날리나
닭 볏 만한 꽃술 빈 가지에 매달려있다
남은 세월 그리 멀지 않다고
하늘 우러러 먼저 핀 이국의 가로수 꽃
그 누가 나무랄지라도
왜 이 세상 이 자리에 서 있냐고
나는 결코 네 이름 다시 묻지 않겠다
세상에는 이름 없는 나무도 있고
미지의 꽃처럼 남몰래 사라져 간 사람들...
죽은 이 영혼 위로하는 듯
하얀 정오의 거리에서
세월의 허무한 마음 스치고 갔을까
비 내린 후, 사월의 청명한 하늘에
검은 가지에 피어 난 붉은 꽃
한 시절 저 생명의 절정을 보며 길을 걷는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1 | 독방 | Noeul | 2024.01.20 | 88 |
20 | 뒷모습 | Noeul | 2024.01.20 | 104 |
19 | 물밥 식사 | Noeul | 2024.01.20 | 102 |
18 | 나를 찾는 숲 | Noeul | 2024.01.21 | 101 |
17 | 무말랭이 | Noeul | 2024.01.21 | 120 |
16 | 충무공 이순신 | Noeul | 2024.01.23 | 94 |
15 | 7월, 토로를 만나다 | Noeul | 2024.01.28 | 91 |
14 | 남원으로 갑니다 | Noeul | 2024.02.03 | 88 |
13 | 여창의 달빛 아래 | Noeul | 2024.02.04 | 229 |
12 | 길 위의 자유인 | Noeul | 2024.02.05 | 210 |
11 | 마음의 보석 | Noeul | 2024.02.07 | 102 |
10 | 내 넋은 고향 언덕에 | Noeul | 2024.02.08 | 109 |
9 | 외로운 별빛 | Noeul | 2024.02.08 | 129 |
8 | 몽고반점 | Noeul | 2024.02.08 | 141 |
7 | 국화꽃 한 송이 | Noeul | 2024.02.08 | 267 |
6 | 봄의 자리에 누어 | Noeul | 2024.03.17 | 125 |
» | 윤사월 붉은 봄꽃이 | Noeul | 2024.04.03 | 138 |
4 | 주홍장미 | Noeul | 2024.04.13 | 105 |
3 | 보랏꽃 피는 산 | Noeul | 2024.04.13 | 122 |
2 | 도시의 야자수 | Noeul | 2024.05.11 | 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