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울 / 성백군
길바닥이나 연못이나
어디든지 물이 고인 곳이면
하늘 바라보고 누운 거울이 있습니다
속을 다 비우고
고요히 엎드려 있는 물속에는
산도 있고 마을도 있고
밤이면 달님이 찾아와 놀기도 하고
작지마는
저보다 큰 것들을 품고
조금도 힘들어하지 않는 넉넉함이 있습니다
어쩌다 비바람 몰아치는 날이면
제 안에 든 것들을 보호하느라
온몸으로 주름살 늘이지만, 결코
깨어질 일 없는 것은
물에는
제 그림은 없고
바깥 그림들을 허심(虛心)하게
드리우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