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곡점 >
글
글쎄, 내게는 만감이 교차되는
그것은 곡예단 그네
감성 젖은 사춘기 소년이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접했을 때의 그 난감함
어제 일처럼 기억이 또렷하고
난해했다기 보다는 난감함, 아니, 난처함
그 요란스런 어휘들
복잡하게 얽힌 논리의 전개는
결국 무엇이 어쨌다는 것인지
내가 무식해서
헌책방 모습만큼이나 초라한
나뒹구는 낯선 시집들, 많은 글귀들
그 존재의 가벼움에 눈살을 찌푸리고
가련한 이들이오, 글쟁이는
타고르의 기탄잘리
그건 내 여정의 변곡점
‘연꽃’에서 난
건방진 무릎을 꿇었소
온 몸을 휘감은 전율
난 그를, 그의 우주를 만났소
맑디맑은 옹달샘서 길어 올린
심오한 두레박
감옥 창살을 비집은 햇살
밤하늘 길게 선을 그은 별똥별
온 우주의 별들을 노래하게 하는